매일 쓰는 그릇은 허리를 굽히지 않고 꺼낼 수 있는 서랍식 칸에 눕혀 보관하고, 손님이 올 때나 쓰는 큰 그릇은 위쪽 장에 따로 올려 둡니다. 쓰는 빈도로 높이를 나누는 것이 좁은 주방의 기본입니다.
물병과 유리병 칸은 세워서 채우면 안쪽 것을 꺼내기 어렵습니다. 자주 쓰는 것은 눕혀 두고 앞에서 굴려 꺼내듯 쓰니 훨씬 편합니다.
식탁에 딸린 서랍을 영양제 전용 칸으로 만들었습니다. 종류별로 하나씩 챙겨 먹어야 하니, 밥 먹는 자리에서 서랍만 열면 되게 해 두었습니다. 수납함은 영양제 파는 곳에서 함께 팝니다.
봉에 하나씩 걸치면 몇 개 못 넙니다. 안 쓰는 옷걸이를 건조대 봉에 걸고 거기에 옷을 걸어 두면 같은 길이에 훨씬 많이 널 수 있습니다.
쓰레기통을 현관 쪽에 둡니다. 층마다 쓰레기 버리는 곳이 있고 집 바로 옆이라, 나가는 길에 들고 나가기 편한 자리에 두는 것이 이 집의 동선입니다.
쓰레기장에 음식물과 나머지, 두 종류 통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플라스틱 정도는 따로 박스에 모아 버립니다. 환경이 안 돼 있어도 할 수 있는 만큼은 나눕니다.
수건은 크기별로 착착 개어 칸을 나눠 두고, 하나씩 모으다 늘어난 요가매트는 한자리에 세워 보관합니다.
상비약은 종류별로 나눠 한 통에 담아 둡니다. 한국에 갔을 때 약국에서 사 온 것까지 이 통 하나에 모여 있어 아플 때 통 하나만 꺼내면 됩니다.
옷장 안쪽은 문을 닫으면 어차피 보이지 않으니 오픈 수납으로 두었습니다. 위 칸은 전부 남편 옷, 아래는 본인 옷으로 층을 나눠 서로 섞이지 않게 했습니다.
조금 빨래할 때 쓰는 시트형(또는 소분) 세제를 지퍼백에 몇 장 넣어 여행에 가져가면, 현지에서 조물조물 빨아 옷과 양말을 많이 안 가져가도 됩니다.
싱크대 하부장 한 칸은 프라이팬, 그 위 칸은 냄비로 정해 두었습니다. 다 들어가지 않는 냄비만 옆 칸에 두고, 볼 종류는 또 다른 칸에 모아 한 칸에 한 종류라는 규칙을 지킵니다.
씻어 말린 비닐은 한 칸에 두세 개 정도만 두고 쓰는 대로 채웁니다. 많이 쌓아 두면 결국 쓰지 않고 자리만 차지합니다.
베트남은 날이 매우 습해 닫아 둔 칸 안에 곰팡이가 잘 생깁니다. 그래서 자주 쓰는 조미료는 일부러 조리대 위에 꺼내 두고 씁니다. 다 넣어 두는 것이 정답이 아닌 환경도 있습니다.
칼을 나무 칼꽂이에 꽂으면 음식에 닿는 칼날이 계속 나무에 닿아 있게 됩니다. 원래 뚫려 있던 구멍에 고리를 끼워 벽에 걸어 두니 칼날이 아무 데도 닿지 않고 물기도 잘 마릅니다.
소독용 알코올에 녹차 티백을 하루 정도 담가 두었다가 스프레이 통에 옮겨 담습니다. 음식물 쓰레기통처럼 냄새가 밴 곳에 뿌리면 냄새가 빠집니다. 스프레이 통도 쓰던 것을 재활용했습니다.
한국 아파트의 베란다와 달리 세탁 공간이 그대로 바깥입니다. 천장에 단 건조대를 손잡이로 돌려 내리고 올리며 빨래를 넙니다.
우기에는 빨래를 2박 3일 널어 두어도 마르지 않습니다. 덜 마른 옷은 냄새가 나서 결국 건조기를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집에서 건조기는 편의가 아니라 필수입니다.
쇼핑몰까지 그랩(현지 차량 호출)을 타면 3만 2천 동, 우리 돈으로 1,700원쯤 나옵니다. 더울 때는 타고, 선선하고 걷기 좋을 때는 걸어 다니는 식으로 장보기 동선을 정합니다.
현지 마트에서는 채소와 과일을 담아 무게를 재고 계산합니다. 한국처럼 포장 단위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담을 수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집에서 음식을 많이 해 먹지 않다 보니 주방 수납 공간이 기본적으로 부족합니다. 현지에서는 넓은 축에 드는 집인데도 그릇과 조리도구를 넣을 자리가 모자라, 있는 칸의 용도를 정하는 것에서 살림이 시작됐습니다.
먹다 남은 밀가루처럼 자주는 안 쓰지만 버리지도 못하는 것들을 위한 칸을 하나 정해 두었습니다. 한 번씩 필요한데 마땅히 둘 데가 없는 물건이 밖에 흐트러져 있으면 집 전체가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잔들은 서랍을 여닫을 때마다 덜그덕거리며 부딪힙니다. 칸 안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자리를 잡아 고정해 두면 소리도 없고 깨질 일도 없습니다.
밖에 꺼내 두는 것 중에서도 참기름처럼 빛에 약한 것은 종이(봉투)에 넣은 채로 둡니다. 꺼내 두되 햇빛만 가려 주는 방식입니다.
영양제까지는 아니어도 챙겨 먹는 보조식품은 주방 한 칸에 모아 둡니다. 보이는 자리에 있어야 잊지 않고 먹게 됩니다.
식탁 매트가 딱 들어가는 칸을 찾아 그 자리를 매트 전용으로 정했습니다. 그 아래 칸은 청소할 때 쓰는 것과 주방 세제만 넣습니다.
이사 왔을 때부터 달려 있던 수납장은 원래 용도를 고집하지 않고 세제 보관용으로 바꿔 씁니다. 붙박이는 떼기 어려우니 용도를 바꾸는 편이 빠릅니다.
한국에서 동생이 보내 준 옛날 델몬트 유리병이 예뻐서 간식 통으로 씁니다. 자주 먹는 것을 눈에 보이는 자리에 두면 찾느라 뒤지지 않아도 되고, 남은 양도 한눈에 보입니다.
집에 옵션으로 있던 냉장고와 한국에서 가져온 냉장고를 함께 씁니다. 두 대를 쓰니 한 칸 한 칸을 널널하게 쓸 수 있어 채워 넣느라 밀어 넣는 일이 없습니다.
쌀과 흑미는 베트남산이 생각보다 저렴해 현지 것을 씁니다. 쌀·밀가루 같은 가루류는 냉장고 한 칸에 모아 두고, 한국에서 항공 택배로 오는 고춧가루 같은 것도 같은 칸에 넣습니다.
한 칸은 김치 종류만, 한 칸은 장 종류만, 한 칸은 반찬만, 한 대는 물과 과일 위주로. 칸의 용도를 정해 두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문을 열기 전에 알 수 있습니다.
포장 박스째 넣지 않고 하나씩 꺼내 닦아서 넣습니다. 남편은 유별나다고 하지만 실제로 닦아 보면 티슈가 새까맣게 나옵니다. 한 번 할 때 몰아서 해 두면 당분간 다시 할 일이 없습니다.
계산기나 가끔 찾게 되는 서류는 식탁 서랍 한쪽에 끼워 둡니다. 자주 쓰지는 않지만 없으면 온 집을 뒤지게 되는 것들입니다.
베트남에는 종량제 봉투가 없어 쓰레기를 아무 봉투에나 담아 버립니다. 그래서 장 보고 남은 비닐을 접어 서랍에 차곡차곡 모아 두고 쓰레기봉투로 씁니다. 김이나 물티슈 같은 것도 같은 서랍에 정리합니다.
거실 한쪽에 트롤리를 두고 아이들과 함께 씁니다. 캘리그라피 할 때 쓰는 판과 펜, 연필 같은 것을 칸별로 담아 두어 꺼내 쓰고 그대로 밀어 넣습니다.
아이들 책상용으로 자동 연필깎이를 두었습니다. 연필만 깎는 게 아니라 지우개 가루도 빨아들여 주어서, 공부 끝나고 책상 정리가 저절로 됩니다.
원래 달린 휴지걸이가 변기에서 멀어 앉은 채로는 손이 닿지 않았습니다. 불편해서 아예 눈앞 자리에 두고 씁니다. 원래 자리라고 그대로 쓸 이유는 없습니다.
닭봉 한 팩 550g이 3만 5천 동, 우리 돈 1,900원 정도입니다. 한국에서 같은 양이면 세 배쯤 하니, 고기 요리는 부담 없이 합니다. 파인애플도 한 통에 1,500원 정도입니다.
과일은 다른 집보다 여러 번 씻는 편입니다. 표면에 흙과 농약이 남아 있을 수 있어서, 씻고 또 헹군 뒤에 먹습니다.
닭봉은 세 번 정도 씻고, 손질하면서 기름기가 많은 부분이 나오면 잘라 버립니다. 손이 가는 만큼 잡내가 줄어듭니다.
우동으로 무슨 샐러드냐고 하다가도 먹어 보면 매번 해 달라고 하는 메뉴입니다. 이날 상에는 닭봉 간장조림, 떡볶이와 함께 올랐습니다.
아이들 좋아하는 떡볶이는 복잡한 양념 없이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만 추가해 만듭니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맞춘 최소 레시피입니다.
하노이에서 파는 납작한 무 같은 현지 채소를 요리에 넣습니다. 익혀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남아, 재료가 한정된 곳에서 씹는 맛을 더해 줍니다. 후추는 여행 갔던 푸꾸옥에서 사 온 것을 씁니다.
정리를 할 때 어디선가 본 방법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내가 가져다 쓸 수 있는 소스만 골라 나만의 기준으로 우리 집에 맞게 바꿉니다. 집도 조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수도꼭지에 다는 전환기 타입 정수기를 씁니다. 설거지할 때는 원수로 굵게 나오고, 전환하면 정수가 가늘게 나옵니다. 현지 수질이 좋지 않아 욕실과 주방 모두 필터는 필수입니다.
다시마, 육수 낼 때 쓰는 것들, 오징어 같은 건어물은 한 칸에 모읍니다. 국물 낼 때 그 칸만 열면 됩니다.
화장할 때 필요한 것들은 손잡이 있는 통에 담아 두고 통째로 들어서 옮깁니다. 자리를 옮겨 가며 쓰는 물건은 통이 곧 수납입니다.
한 번씩 아들 머리를 직접 잘라 주기 때문에 바리깡과 미용 가위를 한 칸에 두었습니다. 일 년에 몇 번 쓰는 물건도 자리를 정해 두면 찾지 않습니다.
넓고 좋은 욕실인데 문에 잠금장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방문을 잠그고 욕실을 씁니다. 현지 집의 구조는 바꿀 수 없으니 쓰는 방법을 바꿉니다.
주방과 마찬가지로 욕실에도 필터를 답니다. 물이 걱정돼 하나로는 부족할까 봐 이중으로 하나 더 설치했습니다.
씨 없는 수박은 뒤쪽(꼭지 반대편)이 작은 것을 고릅니다. 소리를 들어 보고 '통통통' 울리는 것이 잘 익은 것입니다. 작은 것이 오히려 더 달고 맛있습니다.
한국 마트처럼 상품을 골라 내주지 않아 상한 것이 그대로 섞여 있습니다. 봉지째 집지 말고 하나씩 눈으로 보고 골라 담아야 합니다.
지인들도 남편도 '그걸 혼자 못 하냐'고 하지만, 계량을 정확히 하면 더 맛있습니다. 요리가 서툰 때일수록 눈대중보다 정확하게 재는 것이 제일 맛있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넓은 집이든 좁은 집이든 어떤 환경이든, 손이 닿는 모든 자리를 정리하고 청소하다 보면 함께 사는 가족이 조금 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며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색이 맞춰져 예쁜 것들로만 채워진 집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렇게 살림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보여 주고 싶었다는 것이 출연 이유입니다.